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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동기 찾기] 왜 시험은 잘 봐야 되나요?

account 2008. 10. 9. 21:33

자신만의 동기가 있는 아이들은 누가 안 시켜도 즐겁게 공부한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동기를 갖지 못한 아이를 변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부모가 옆에서 동기가 중요하다고 아무리 강조해봐야 헛일이다. 자기주도 학습 전문가인 숙명여대 송인섭 교수가 서울 ◯◯중 2학년 김민지양과 대화를 통해 동기 발견의 실마리를 찾아주는 과정을 살펴봤다. 민지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필리핀 네덜란드 등에서 살다 재작년 한국에 온 학생으로 학교 생활에는 적응했지만 학습 의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1단계, 잘하는 것 파악하기=송 교수가 "학교 생활이 어떠냐"고 묻자 민지는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해요"라고 답했다. 싫어하는 이유로는 공부가 어려워서, 어려운 과목으로는 수학과 사회를 꼽았다.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와 영어라는 대답에 송 교수는 "넌 언어 쪽에 재능이 있나 보구나"라고 짚었다.


"국어는 공부하기 재미있지? 재미있게 공부하는 게 바로 동기가 있다는 거야. 모든 과목을 다 잘할 필요는 없어. 일단 좋아하는 과목만 열심히 해보는 거야. 그 과목 만큼은 반에서 제일 잘해보겠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송 교수의 말에 민지는 "왜 시험은 잘 봐야 돼요?"라고 물었다. "시험 점수 잘 받기 위해 공부하라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좋은 결과가 동기를 강하게 해주는 것은 사실이지.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면 너 스스로나 선생님, 친구, 부모님도 네 가능성을 믿지만 그런 경험이 전혀 없다면 스스로조차 못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단다."


◇2단계, 자신감 회복하기="한국 오기 전 네덜란드에 살 때만 해도 우등생반에 있었어요. 그런데 여기 오니까 공부가 어려워요. 2학년 1학기 시험에서는 수학 96점도 받은 적 있었는데, 그 뒤로 성적이 자꾸만 내려갔어요."


민지의 말에 송 교수는 "거꾸로 생각해 보면 넌 공부를 못하지도 않고 수학도 잘할 수 있다는 거네?"라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은 방학 때 다음 학기 공부를 미리 하는 편인데, 그래서 네가 따라가지 못했나 보다. 아까 사회가 싫다고 했지? 그것도 네가 외국에 오래 살아서 용어들이 낯설어 그런지도 몰라."


민지는 "전 기억력이 나빠서 사회를 못해요"라 말했다. 송 교수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아니,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지?" "친구랑 기억력 테스트를 했는데 제가 15초 전에 들은 말도 기억을 못하는 거예요." "누구나 낯선 말은 잘 기억 못하는 거야. 선생님은 요즘 가수 이름은 비밖에 모르는 걸. 넌 언어에 재능이 있는데 기억력이 나쁠 수가 없지. 절대로 그런 생각은 하면 안돼. 알았지?"


◇3단계, 장래 희망 생각하기=장래 희망을 묻자 민지는 "의사"라고 답했다. 옆에 있던 어머니 정현주씨는 처음 듣는 말이라며 의아해했다. 알고 보니 아버지가 아프셨을 때 민지에게 의사가 되면 좋겠다고 한 말을 간직해온 것. 그러나 "의사가 되면 뭐가 재미있을까? 어떤 모습일 것 같니?" 등 물음에는 답을 못했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미래의 꿈이 막연하면 당장의 공부에 동기를 갖기가 어렵단다. 의사가 되고 싶다면 의사가 나오는 책이나 신문 기사를 관심있게 보렴. 인터넷에서 의사는 뭐하는 사람인지 검색해보는 것도 좋지. 꼭 의사가 아니라도 아직 가능성은 많으니까 여러 직업에 관심을 가져봐. 그리고 좋아하는 직업이 생기면 그 분야 책을 많이 읽어봐. 그래야 나중에 진짜 그 일을 할 수 있거든."


◇4단계, 작은 계획 실천하기=민지는 오후 6시 이후로는 정해진 일과가 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송 교수는 민지에게 작은 계획을 세워 실천해 보기를 권했다. "하루 30분이라도 안하던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거야. 그러다보면 공부 습관이 생기거든. 그런데 절대로 엄마가 정해주면 안돼. 네가 정하는 거야. 엄마한테는 실천했는지만 점검해달라고 해. 한번 해볼 수 있을까?"


민지는 그 정도는 할 수 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송 교수와 악수를 나누며 면담을 끝낸 민지는 약간은 자신감이 붙은 얼굴이었다. 어머니 김씨는 "기억력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등 저도 모르던 점을 알게 됐고 민지도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